2018-10-08 01:02:23
다시 안나 이야기로 돌아와 보죠. 2A 더하기 4 무렵에 지그지그 모델링을 통해 교재 수행방식을 바꾼 뒤로 안나는 빠르게 적응해 갔습니다. 이젠 더 이상 이렇게 풀어도 혼낼 사람이 없으니까요.
<지그재그는 왜 나타나는가?>
타의에 의해서가 아닌 자발적인 이유로 지그재그를 시작하는 아이들의 문제의식은 바로 '암기력 부족'입니다.
몇 번을 풀어도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에 매번 '세어야만' 하죠. 그런데 안타까운 건 '세는 활동'을 하느라 문제의 배열이나 규칙성같은 걸 곰곰히 관찰할 에너지도 남지 않게 된다는 거죠.
이건 마치 국어에서 글자를 읽느라 본문을 다 읽어 놓고도 무슨 소린지 이해를 못하는 거랑 판박이처럼 똑같은 현상입니다. (작업기억 용량 부족)
국어라면 본문을 몇 번이고 다시 읽히면 이해를 하게 된다지만 수학은 이미 푼 문제를 다시 푸는 법은 없잖아요? 그러니 '풀이'는 있고 '이해'는 없게 되는 거죠. '이해'가 없으면 '암산'도 없게 되죠.
결국 영특한 아이라면 이해할 에너지마저 다 쏟아 부어서 풀이에 몰빵하기 보다는 '이해에 충당할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그럴려면 '풀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구안해야만 하죠. 이렇게 작업기억 용량이 제한적일 때, 그리고 '풀이'에 할당할 에너지를 일정 비율 이하로 줄여야 할 때 '지그재그'가 출현하는 겁니다.
<지그재그의 효과>
(1) 많은 학습량 가능
제 지도경험에 비추어 볼 때, 보통아에게서도 지그재그의 자발적인 출현율은 적어도 4~50%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걸 학부모나 교사가 가로막고 못하게 하는 거죠.
보통아의 나머지 50% 가량은 자기 스스로는 지그재그의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이른바 '고착(Fixation)현상' 때문이죠. 현재의 도구(정신의 도구)를 버리지 못하고 고수하는 겁니다. 결국, 한 문제 한 문제 차분히 성실히 세어야 하죠.(손가락은 덤)
그런데 더하기 과제는 계속 커지잖아요? +1에서 +9로. 더하기 1~5 정도야 일일이 세어도 별 차이 없다고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더하기 6 이상이 되면 '세기'의 정확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6+7을 12나 14로 틀리는 것처럼요. 이걸 틀렸다고 지적하면 다시 세어서 그 문제는 맞출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정확도는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의 기억범위는 숫자든 문자든 항목(item) 수 7(+-2)의 제한을 받습니다.
만일, 14528413라는 수가 제시됐다고 칩시다. 제시된 수를 있는 그대로 처리할려면 우리의 작업기억용량은 8개의 항목이 필요하죠. 7(+-2)의 제한을 최대치로 사용한다고 해도 이걸 기억하기란 쉽지 않죠. 그런데 이걸 가공해서 1452-8413으로 이등분하면 항목 수가 2로 줄어들게 되죠. 이렇게 작업기억에 할당할 항목 수를 줄이는 기억기술을 청킹(chunking:묶기)이라고 합니다.
6+7을 풀 때, 6,7,8,9,10,11,12,13까지 정확하게 7칸을 세려면 출발점(6), 세어야 할 갯수, 현재까지 센 수, 마지막으로 센 수를 기억해야 하고 동시에, 순차세기의 정확도, 얼마나 세어야 하고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한 자기조절, 그리고 언제 세기를 멈춰야 하는지의 자기조절(실행제어)이 모두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적어도 4개의 기억 항목, 그리고 여기에 3 종류의 자기조절이 가미되어야 하죠. 이 단 한 문제에 기억항목 4개입니다.
구몬수학 2A 한 페이지의 문제가 보통 8~10문제인데 8문제라고 치면 한 페이지에 전체 기억항목이 32개나 되는 겁니다. 그러니 문제풀다 말고 딴청피울 수 밖에 없습니다. 작업기억 용량을 초과해버려서 집중할 수가 없으니까요. 이쯤되면 그냥 노동이죠.
반면, 지그재그로 푸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기억항목은 한 페이지 당, 단 3개입니다.
지그재그 출발문제의 답(1+7=8의 8), 그 다음 순서의 피가수(2+7=의 2), 방금 푼 문제의 답(2+7=9의 9) 이렇게요. 이렇게 하면 7(+-2)의 기억범위에서 절반 밖에 소모하지 않게 됩니다. 게다가 지그재그로 푸는 아이들은 풀이 속도가 세는 아이들에 비해서 2배 가까이 빠릅니다. 집중시간도 초과하지 않게 되죠. 세는 아이들 보다 지그재그로 푸는 아이들이 결과적으로 같은 시간동안 더 많은 문제풀이경험을 갖게 됩니다. 이건 학습량을 고려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되죠.
(2) 작업기억의 여유와 넓은 시야 확보
보통아일수록 교재시야를 넓혀주어야 한다고 말씀드린 거 기억하시죠? 세기로 문제를 풀고 있는 동안에는 기억용량의 한계로 한 번에 한 문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반면에 지그재그로 푸는 아이들은 반드시 이전에 푼 문제와 지금 풀어야 할 문제, 그리고 다음 풀게 될 문제를 동시에 관찰해야만 하기 때문에 한 페이지 전체를 폭넓게 바라봐야만 합니다. 그렇게 시야가 넓어졌음에도 작업기억의 부하량은 오히려 셀 때보다 줄어들게 됩니다. 이것이 교재 안의 문제배열이나 규칙성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여유와 계기를 만들죠.
(3) 암기력과 추리력 증진
지그재그는 작업기억의 부하를 적게 걸기 때문에 잉여자원(Surplus)이 남게 됩니다. 이 자원은 보다 창의적이고 지적인 활동을 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지그재그로 푸는 아이들은 교재의 규칙성을 이용하여 문제를 풀고 있기 때문에 규칙성이라는 밭을 갈고 있다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씨를 심고 물을 주고 잡초도 뽑아주고 하면서 그 결과물로서 '씨'의 상태와는 전혀 다른 '열매'를 얻게 되는데요, 그것이 암기력과 추리력입니다.
물론, 지그재그 상태에 들어간 아이들 가운데서도 개인차는 있습니다. 제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국어 AI 혹은 AII 지문읽기에서 30초 내(실제로 유창한 읽기속도는 20초 내외)의 유창성이 확보되면 지그재그로부터 암기력, 추리력의 발달이 순조로운 편임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만일 읽기속도나 유창한 읽기가 부합되지 못한다면 지그재그 자체의 발달은 물론 그 이후의 지적표준에 있어서도 문제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을 통해서도 암산에 이르는 과정에 어휘력이나 독해력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알 수 있지요.
<지그재그 모델링 방법>
일반적으로 지그재그가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는 +4이후입니다.
물론 +4 이전에도 지그재그를 쓰는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특수한 경우고요, 모델링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은 +4 도입시기가 적당합니다. 보통아에게 있어서 +4이전에 지그재그를 섣불리 모델링하시면 안됩니다. 수세기 방법으로 기본적인 덧셈은 처리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야하며, +3까지 왠만한 문제는 어느 정도 외울 정도로 연습될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수세기의 민첩성이나 정확도가 일정 속도 이상 유지됨으로써 지그재그의 자발적 출현 가능성이 담보되기 때문입니다.
+4를 도입할 때 교사는 우선 아이가 푸는 모습을 관찰(주시)해 봅니다. 지적표준 모델링의 COOC 사이클 기억하시죠?

주시는 대개 2~3주 정도 지켜보시고 아이에게 지그재그가 출현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타조절 단계로 들어가서 지그재그 모델링을 실시하시면 됩니다.
모델링은 흉내내기입니다. 지금 교재를 풀고 있는 어떤 아이(지그재그모델)처럼 푸는 모습을 아이로 하여금 지켜보게 하는 겁니다.
이때 주의하실 것은, 교사의 언어가 아닌 모델의 언어로 풀어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아이 입장에서 따라하는 데 부담을 덜 느끼게 될 테니까요.
| 지그재그 모델링의 예 |
| 교사: 안나, 이번에는 선생님이 여길 풀어볼 테니까 네가 구경해볼래? 문제는 선생님이 풀지만 사실은 선생님이 아는 어떤 친구가 푸는 모습을 흉내내는 거란다. 안나: 네 교사: 자 시작한다. “가장 쉬운 문제를 찾아야겠어. 어, 여기 1+4는 5, 그 다음은 2+4인데 어딨지? 아 요기 있네. 그럼 2+4는 6, 다음 3+4는 7이고 4+4는 8이지. 5+4는 여깄네, 5+4는 9이고 그럼 6+4는 10이야” |
적어도 모델링을 하는 동안에는 목소리도 아이처럼 바꿔 보세요. 지켜보는 아이는 재밌어하면서도 부담없이 친근하게 관찰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정서적으로 친근하고 포용적인 환경을 만드는 일도 교사의 임무 중 하나입니다.
모델링을 실시한 후에 아이로 하여금 따라해보게 합니다. 처음엔 문제를 잘 찾지 못할 겁니다. 시야가 좁으니까요. 그래서 교사가 조금 보조해주어야 할 겁니다. 그렇게 1~2주 정도 지나면 혼자서도 잘해내는 수준까지 따라와 줄 겁니다.
<동행수행>
문제는 고착이 심한 경우, 그러니까 고집이 센 녀석들이지요. 이 놈들은 따라하기까지는 잘 하는데 정작 다음에 풀어보라고 하면 이전에 풀던대로 그대로 있습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지만, 한 마디로 귀찮은거죠.
이럴 때는 '동행수행'이라는 방법을 써야만 합니다. 모델링을 교사와 아동이 함께 수행하는 겁니다.
| 동행수행의 예 |
| 교사: 안나, 오늘은 선생님이랑 같이 문제를 풀자꾸나. 안나: 네 교사: 자 시작한다. 교사: “교재를 쭉 훑어보고 가장 쉬운 문제를 찾아보자.” 안나: “요기 1+4요” 교사: “그래 1+4는 뭐였더라?” 안나: “5에요” 교사: ”그렇지, 그럼 다음은 2+4를 찾아봐야겠네. 어딨지?” 안나: “여깄어요.” 교사: “그래, 아까 1+4는 5였으니까 2+4는 6이겠네. 다음은 뭐 찾아야 하지?” 안나: “3+4요, 여기요” |
일반적으로 동행수행은 아동에게 해당 과제의 어려움을 교사와 함께 나누고 혼자 풀어야 한다는 부담을 덜게 함으로써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스캐폴딩 기술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보통은 새로운 도입과제나 심화과제에 어울리죠.
그러나 여기서 동행수행의 주목적은 아이로 하여금 '지그재그의 방법'을 더욱 잘 숙지하도록 돕는다는 것에 있다기 보다는 아이의 '귀찮음'을 유발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대체로 모델링을 자기 것으로 내면화하지 않는 아이는 왜 그렇게 풀어야 하는지, 그렇게 풀면 뭐가 좋은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그마저도 귀찮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유를 모를 때는 직접 해보면 편하다는 걸 느낄 수 있을테니 사실 긴 설명은 필요 없고, 대개는 귀찮음이 가장 큰 이유죠. 뭔가 바꾸는 게 귀찮은 겁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안 바꾸면 멸망인걸요???!!!
지그재그 풀이가 주요 교재수행수단이 될 때까지 교사는 모델링과 동행수행을 통해 강력하게 끈기있게 밀어 붙여야 합니다. 아이를 못바꾸면 그 집 수업도 얼마 못갈테니 목숨 걸어야 합니다.(^^;)
<메타인지 피드백을 적절히 섞어라>
이렇게 지그재그가 안착이 됐다면, 메타인지 피드백 지도법을 본격적으로 가동시킬 때가 온 겁니다.

2A에서 주로 연습하기 좋은 요소는 '오류발견'입니다.
오류발견은 채점을 하시고 틀린 페이지 몇 장을 꼽아 상단에 틀린 갯수만 적어주고 수업에 가져가서 찾아보게 하는 겁니다. 오답 1개당 1분 정도 시간을 주시고 그 시간을 충분히 쓰도록 지시해 주세요.
지그재그 풀이법에 고도로 단련돼 있는 아이일수록 오류발견을 잘 해냅니다. 같은 단계에서 세기로 더하기를 하는 애들이 틀린 문제를 스스로 찾아 고치는 것이 가능한지 혹은 얼마나 빠른지 한 번 비교해 보세요. 확연히 차이가 날 겁니다.
<암기-추리-교환모델링을 병행하라>
2A에서 지그재그에 익숙해졌다면 수시로 암기-추리-교환 모델링을 병행하셔야 합니다.
2A는 암기를 활성화시키는 단계이지 암산을 정착시키는 시기가 아니라서 아이들은 외우고 까먹고를 반복할 겁니다. 특히 이전 과제의 더하기는 그냥 다 까먹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5이후, +7이후, +9~10이후 섞어놓은 종합연습이 있는데 아이들은 이런 과제에 특히 취약하죠. 그래서 +4이후 꾸준히 암기할 과제를 주는 게 중요한데요, 제가 쓰는 방법은 쌍둥이 문제 외우기입니다.
-쌍둥이 문제 외우기
1+1, 3+3, 5+5, 8+8과 같이 같은 수끼리의 덧셈문제를 답과 함께 외우는 겁니다.
-바꿔 더하기 문제 외우기
2A에서 아이들은 아직 문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하기 1문제는 일반적으로 굳이 외우지 않아도 쉬운 반면에, 그 교환된 문제는 어려워 합니다. 즉 7+1=8은 자연스럽지만 1+7은 껄끄러운 거죠. 이걸 교환법칙으로 굳이 설명하는 대신에 더하기 1로부터 바꿔 더하기, 더하기 2로부터 바꿔 더하기 등으로 문제의 어려움을 상쇄시키는 겁니다.
7+1=8, 1+7=8 / 9+2=11, 2+9=11과 같이 먼저 읽으시고 복창하도록 진행하시면 됩니다. 이때, 사무실에 있는 덧셈표가 도움이 될 수 있겠군요.
이런 암기문제는 지그재그를 하다가 혹시 이상한 곳이 있을 때 정답의 여부를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됩니다.
이와 아울러 종종 교재를 푼 즉시 문제를 불러주어 머리로 답하도록 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암기력도 체크하고 숫자의 널뛰기에 아이가 얼마나 능동적으로 움직이는지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1+7은? 3+7은? 2+7은? 4+7은? 5+7은? 7+7은?" 이처럼 +7 앞의 피가수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다 1,2 간격으로 늘였다 줄였다 이런 식으로 물어보시면 됩니다.
때로는 한 문제의 답을 가르쳐 주고 이어지는 문제의 답을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7+7는 14입니다. 그럼 9+7은?" 이렇게요. 이런 질문들은 장차 지그재그 이후 나타나야 할 추리력을 강화시켜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