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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M 시뮬레이션: 안나를 위하여 1

postk 2024. 2. 26. 23:47
2015-04-04 03:46:53
 
오늘은 그동안 배운 걸 실전에 활용해 보도록 하죠. 먼저 다음을 봐주세요.
 
가상회원 안나와 노아를 소개합니다. 비록 가상이지만 여러분의 입회라고 생각하시고 두 친구의 지적표준 진단결과만을 바탕으로 출발점을 잡아 보세요.  아리송하시다면 [자기조절과 자학자습 3-1. 더하기준비]를 다시 정독하고 오세요.

 


 

자, 생각해두신 건 잠시 기억해 놓으시고 이제 제가 출발점을 잡아 보겠습니다.
먼저, 노아입니다. 노아의 지적표준은 1단계 학습그룹의 목표수준을 거의 달성했지요? 수창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수좌표감각(1~50)의 직관성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약간의 트레이닝만으로도 수창력의 발달가능성은 높은 편이라 하겠습니다.  언어발달수준에서 보면 국어 AI 지문을 20~30초에 읽어내는 걸로 미루어 볼 때, 내적 언어 단계에 확실히 진입했음을 알 수 있죠.  이상의 진단결과를 토대로 제가 생각하는 노아의 출발점은 3A #1번입니다.  노아의 현재 학령은 7세입니다.
다음으로, 안나입니다. 안나의 지적표준은 1단계 학습그룹의 목표에 전부 못미치는군요. 언어발달에서도 AI 지문을 유창하게 읽지 못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안나의 출발점은 6A #151번입니다.  안나의 현재 학령은 9세(초2)입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생각한 것과 좀 달랐나요?  제가 왜 출발점을 정한 후에 학령을 알려드렸는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노아의 나이를 알게 됐을 때 여러분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그리고 안나는요?
 

 

제가 두 아이의 학령을 먼저 알려드렸다면 여러분이 생각했던 출발점과 달라졌을까요?
유감이지만 아마 달라졌으리라 봅니다.  특히 안나의 경우는 더더욱이요.
안나는 9세입니다. 초2죠.  제가 안나를 처음 만날 때 학습 단계는 A 중반이었습니다.  이전 선생님이 보낸 진도그래프를 보니 출발점이 2A였고 1년 정도 학습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1년 전이면 안나가 초1이었겠군요. 1학년에 2A 출발이라, 네..., 액면 그대로라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겠지만..., 보시다시피 1년 후의 지금 상태는 저 모양입니다.  1년 동안 무언가를 학습했는데 어떻게 3A를 학습하는 데 필요한 기본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걸까요?  1년 동안이나 자기학년에 얼추 학습을 맞춰 진행했지만 도대체 무얼 성장시킨 걸까요?
학습을 학령에 맞추는 건 보시다시피 지적 성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분명히 교재를 주고 풀리고 채점하고 복습하고 시간재고 할 것 다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한 것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계속 하다보면 늘지 않겠냐구요?  이런 상태로 언제까지 학습이 가능할 것 같나요? 애는 늘지 않는데 학년은 계속 올라갑니다. 학습도 거기에 발맞춰 나갑니다. 이런 식이면 아이는 결국 못해먹겠다고 선언해 버릴 겁니다.   안된 얘기지만 안나를 떠나보낸 전임 선생님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지 않을까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아이가 이사를 간답니다. 그것도 지방을 떠나 멀리 서울로요.  그리고 안나는 제게 왔지요. 
 

 

안나가 폭탄이면 저는 조만간 폭탄돌리기의 희생양이 되겠군요.   그런데 말이죠, 정작 희생되어야 할 사람은 안나도 저도 아닌, 안나를 폭탄으로 만든 전임 선생님 아닙니까?  왜 회사는 안나와 제가 희생되도록 놔두는 거죠?  이게 그냥 저 혼자 재수 없으면 되는 일입니까?   현행 전출입규정은 폭탄을 제조한 곳에는 상을 주고 폭탄이 터진 곳에는 책임을 묻죠. 이런 제도는 단지 폭탄돌리기를 합리화할뿐이죠. 세상에 이런 말도 안되는 제도가 어딨습니까?  그러니 누구도 폭탄제조에 거리낌이 없게 되는 겁니다.  어차피 폭탄 돌리기니까요.  안나의 문제는 회사와 교사, 교사와 교사간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여러분이 안나를 맡게 됐다고 상상해 봅시다.  적어도 여러분이라면 안나가 위험한 상태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저 밖의 대다수의 교사들은 폭탄인 줄도 모르겠죠. 그냥 좀 느린 애라고 생각할 겁니다. 아이가 원래 느리니까 이해해주자라는 너그러움을 베풀지도 모르죠. 아마 그 너그러움으로 학습중이던 A단계를 복습하거나 아니면 2A로 좀 낮춰보는 정도의 시도는 할 수 있을 지 모릅니다. 
이런 수준의 교사라면 아마도 틀림없이 제게 이렇게 반문할 겁니다.
" 다소 느리긴 하지만 안나는 +1에서 +10을 다 할 줄 안다. 심지어 일부의 셈(답이 10이되는 덧셈)은 암산도 된다.  애를 우수회원으로 키울 것도 아니면서 우수아 기준으로 빡빡하게 진도를 짜봤자 아이가 갑자기 빨라지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학교공부도 어느 정도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마냥 아랫단계에 머무르는 게 과연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 
사무실의 선생님들 대부분이 아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안나를 폭탄으로 만들어 보낸 전임 샘을 포함해서요.  아마 전국의 구몬샘들 90% 이상이 이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구몬의 비극적인 상황이죠.  개인별, 능력별 학습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식 학습지의 선생님이라는 사람들이 실은 진도식 학습의 추종자들이니까요. 이들에게 '실력향상'이란 말은 곧 학년상당진도를 맞춰주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물론 여기엔 학년상당, 학년앞섬이 곧 실력향상이라고 보는 행동주의자들의 꾸준한 선전도 한몫했겠지요.
이런 막강하고 위협적인 반문에 대하여 여러분은 제대로 반박할 수 있습니까?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데에 굳이 비고츠키 선생님을 불러낼 필요도 없을 것 같군요.  정통구몬식 학습에 비추어 위의 반문이 왜 비구몬적인지 말씀드리죠.
 
첫째, 아이가 못하는 것은 아이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교사의 진도결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곳에서 출발한다면 느린 아이는 있을지 몰라도 못하는 아이란 있을 수 없다.
둘째, 할 줄 아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를 구별하고 할 줄 아는 것을 잘하도록 만드는 것이 학습이다.
셋째, 암산이란 전체적이고 유기적인 감각이다.
-일부만 외워진 것은 암기지 암산이 아니다.
넷째, 모든 아이가 우수회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우수회원이 될 자격이 있는 아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가능성의 추구라는 측면에서 모든 아동이 우수회원에 도전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다섯째, 학교공부에 뒤쳐지는 것은 학교진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현재 학습에 영향을 주는 선행 결손들, 부족한 연습 등이 학교공부를 뒤쳐지게 만든다.
 
이 정도는 구몬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할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이런 기본을 무시하고 구몬을 진도식 학습과 같은 방식으로 취급하는 사람은 구몬인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구몬에 구몬인 아닌 사람이 과반이상을 차지하는 해괴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정도 반론이면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을 테지만 I-method의 관점에서 딱 한 마디만 덧붙이도록 하죠.
 
"뇌 연구에 의하면, 선행학습은 사고발달과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그것은 뇌신경망을 망가뜨려 머리를 나빠지게 만든다."
(2009 논문 중에서)
지적표준이 1단계 학습 수준(6A~4A)에 머문 안나에게 2학년이라는 이유로 A나 B를 학습시키는 것은 선행학습과 같은 상황을 초래합니다.  안나는 학습을 전개할수록 정서적으로 위축될 것이고 자기조절은 중단될 것이며, 오로지 단순한 암기만 반복할 겁니다. 이건 학습이라는 미명아래 아이를 망치는 행위죠.

 
다음은 제가 안나를 만나서 두 달 동안 취한 조치입니다.
 

 

1차시에 어머님을 만나 지적표준 진단결과와 진도수정계획에 대해 상담드렸습니다. 지국장님께는 사무실로 항의전화가 올 수 있음과 예퇴 리스트에 올릴 것을 알렸죠.
2차시에 6A 도트 1세트+ 5A 순차진도 1세트를 하루분으로 하는 교재(1일 학습량 20장)로 수업하면서 수감각 향상을 위해 어머님께자석숫자판 구매를 부탁드렸습니다.
3차시에 자석숫자판 활동을 같이 했고
4차시에 숫자판에 수를 무작위로 찾아 놓기를 연습하며 수의 위치를 알려주는 수 배열에 대해 모델링을 실시했습니다.
5차시에 수창 1분에 70, 도트 1~10의 인지를 확인했고
6차시에 6A~5A를 끝내면서 4A를 스킵하는 대신 숫자쓰기노트로 순창-역창-분산창/ 짝홀수쓰기 등을 함께 하고 과제로 내주었습니다. 이때부터 더하기 1이 시작됩니다.
7차시에  더하기 2를 나가는데 불확실한 암기에 의존하여 더하기를 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렇게 현재 아동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자기조절이 부분적이고 불분명할 때는 이전 단계의 자기조절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과제숙달을 위해 더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 '수창'을 주요 풀이 수단으로 놓도록 바꿔줍니다.  안나는 모든 문제를 입으로 소리내어 읽고 수세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시받습니다.
8차시 수세기가 빨라지면서 더하기의 능률도 함께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제 더하기 3을 학습중입니다.
 
안나는 3A를 원활히 학습하기 위한 3가지 선행 지적표준인 수세기, 수직관, 수좌표의 부분적 강화만으로도 더하기 1~3을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선행 지적표준의 기반이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수세기연습, 자석숫자판 놓기는 당분간 교재 이전에 반드시 먼저 해야 할 과제입니다. 1분에 120이상을 세고 자석숫자판에 수를 무작위로 쉽게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교재의 난이도는 더하기 3~5 수준에서 고정해 둘 계획입니다.  안나는 아직도 39-->50과 같은 오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거든요.
안나의 학습교재는 비록 더하기 과제로 주지만 수업은 자석숫자판, 수세기, 수쓰기 등 1단계 지적표준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것으로 구성됩니다. 안나는 이외에 국어 2A 이야기책 읽기과제가 있는데 같은 페이지의 지문을 연속해서 5번 읽어야 합니다. 하루 과제는 2페이지죠.  안나는 내적 언어 단계 이전의 단계인 혼잣말 단계에서 충분한 증폭이 이뤄지지 않은 채로 입을 다문 학습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입을 다물고 공부하고 있어서 내적 언어단계에 진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입을 다물고 할 것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문 것일뿐이죠. 안나는 아직 소리내어야 비로소 생각할 수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런 혼잣말 단계에서 성취해야 할 모든 것을 증폭시킨다면 국어는 물론 수학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